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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 제주도로 떠난 첫날 나는 모슬포에 머물었다.

 

 제주도로 떠난 첫날 나는 모슬포에 머물었다.

두 번 째 찾은 제주도.

 

서귀포 하늘을 가득메웠던 구름들은 5년 전 해병대 군생활 제주도 파견 당시와 닮아 있었다. 그땐 제주도에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없었다. 고된 군생활 탓에 맑은 하늘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크게 제주도 날씨에 마음이 들었던 적이 없으니 '날씨가 갰다'라거나 '오늘 날씨 좋다'라고 말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일조량이 내륙에 견주어 크게 낮은 제주도가 만일 따스한 날씨만큼이나 해가 비추었다면 어둡고 고독했던 군생활이 한층 밝아졌을텐데 라고 느낄 만큼.











 

다시 찾은 제주도도 그랬다. 첫 날 제주공항도 비가 금방 올 듯 흐릿한 날씨였다. 첫 시작은 언제나 중요하다. 흐릿한 날씨는 첫 여행에 어울리지 않았다. 올레길을 걷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풍경을 보자는 기대는 확 가시었고, 그냥 쉬자. 하는 마음에 오늘 묵을 숙소가 있는 모슬포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30분이 걸려 도착한 모슬포항.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먼저 고기국수를 먹으러 갔다. 제주도에서 파견 군생활 당시, 모슬포 항에서 처음 먹은 사제 음식이 고기국수였다. 그땐 맛이 없었는데. 이번엔 왜이리 맛났는지.

 
















어두운 밤과 바다, 항구. 인간 감정을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 그 곳에서 동네 큰 마트에서 산 맥주 한 캔을 들고 어두운 서귀포 바위를 쳐대는 바다를 바라봤다. 내 뒤로는 공사장 인부들이 카바이드 램프에 의지한 채 고기를 구어 먹고 있었다. 빛 조각 하나 없던 항구에서 램프는 고기판과 인부들의 얼굴을 더욱 환하게 밝혔다.

 

어두운 밤과 바다, 항구에 있던 그들과 나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감정을 느꼈을 테다.